Respawn Entertainment 의 Narrative Animator, 장수영님
Socal K-Group Member Interview는 그룹 안에 계신 분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하는 컨텐츠 입니다. 이번에 모신 분은 Respawn Entertainment 의 Narrative Animator, 장수영님 이십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애니메이션 레퍼런스를 찍기 위해 빈 회의실에서 늑대처럼 네 발로 기기도 하고 프리비즈(Previz) 작업을 위해 모션캡쳐 수트를 입고 연기를 펼치기도 하는 미국 게임 업계 애니메이터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후 미국 플로리다 소재 Ringling College of Art+Design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습니다. 학부 재학 중 EA Madden 19에 캐릭터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게임 업계에 발을 디뎠으며, 졸업 후 LA로 건너와 Sony Santa Monica Studio의 God of War: Ragnarök에 내러티브 애니메이터로, Respawn Entertainment의 Jedi: Survivor에 게임플레이 애니메이터로 참여했습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게임 속 세상을 더 생동감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게임 업계에서 애니메이터가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플레이어 캐릭터의 동작을 만드는 것, 보스, 미니보스 같은 적 캐릭터의 전투 동작을 만드는 것, 게임 내 시네마틱을 만드는 것, 전투와 시네마틱을 제외한 모든 상황, 모든 캐릭터들의 동작(대화, 제스처, 일상적 움직임 등)들을 만드는 것들이 바로 그것들 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저는 마지막 카테고리 전담 부서에 소속되어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적고보니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이 모든 걸 다 해봤네요!
이 일을 선택한 계기는 사실 현실적인 이유와 절박함 때문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여느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저의 꿈은 픽사, 디즈니, 드림웍스 같은 유수의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었는데요, 제가 졸업할 당시엔 이런 큰 회사들에 열려있는 애니메이터 자리가 없었어요. 대부분의 회사들이 프리프로(Pre-production) 단계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들만을 뽑고 있었습니다. 애니메이터들의 차례는 그 다음이었죠. 그러나 국제학생이었던 저는 그 다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OTP가 만료되기 전에 직장을 구해야했고, 직장을 구하려면 LA나 뉴욕 같은 큰 도시로 가야했는데 그런 도시들에서 생활하려면 막대한 생활비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졸업 전에 업계를 가리지않고 영화, 광고, TV, 게임, 모든 곳에 지원서를 넣었고, 총 세 곳에서 최종 오퍼를 받았습니다. 그 세 곳 중 시급이 가장 높았던 곳(!)에 가기로 했는데, 그게 바로 게임 회사였습니다.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퇴근 후나 주말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요즘 관심 있게 보는 넷플릭스 콘텐츠나 취미 생활이 있나요?
4년 째 토요일 아침마다 비치 발리볼을 합니다. 3시간 동안 쉬지않고 정말 배구만 하는데 업계 사람들이 만든 소모임이여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네트워킹 및 정보 공유에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지금 회사로 이직하고 나서는 저녁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워지면서 탱고도 배우고 발레도 배우고 한동안은 아침에 클라이밍도 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처음으로 웨이크 보드를 배웠어요. 너무 재밌더라구요. 겨울에는 뜨개질도 가끔하구요. 계절에 상관없이 레고와 플레잉카드, 타로카드 모으는 걸 좋아합니다. 이제 멈춰야하는데... 요즘 재밌게 보는 넷플릭스 쇼는 '아웃사이더는 오늘도 달린다'와 '나만 빼고 다 잘 살아', '연애 실험: 블라인드 러브'구요, 제 킬티플레저를 자극하는 쓰레기지만 내 쓰레기인 쇼로는 '셀링 선셋'과 '셀링 맨해튼'이 있네요.
주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나 유튜브 채널이 있나요?
너무 많은데... 올해 재밌게 읽은 책들을 '작가-제목'으로 쭉 읊어보겠습니다. 박초롱-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 가브리엘르 블레어-책임감 있게 사정하라, 제시 닐랜드-바디 뉴트럴, 요한 하리-매직필, 유시민-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벨 훅스-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정만춘-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호메로스-오뒷세이아, 박상영-대도시의 사랑법, 일란 파페-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이누해-창작자를 위한 지브리 스토리텔링. 유튜브는 잘 보지 않습니다.
SoCal K-Group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코로나 동안 반짝 흥했던 음성기반 채팅 클럽하우스라는 어플이 있었어요. 거기에서 전세계 한인 CG인들을 한꺼번에 많이 만났는데요, 다들 재택근무를 했다보니 사람이 고팠는지 작업하는 동안 매일 어플을 켜놓고 대화하면서 일을 했어요.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LA에 계시는 분들이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고, 거기서 케빈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링크업을 열심히 홍보해주셔서 처음 가봤다가 Socal 모임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커리어에서 인상 깊었던(챌린지, 프로젝트, 인터뷰등)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SMS)에서 리스폰으로 이직할 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여전히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시에 저는 SMS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면서 막판 크런치로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70시간 가량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여전히 할 일이 쌓여있는 와중에 같은 계약직 동료들이 슬금슬금 다른 회사들과 면접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큰 게임 회사들은 프로젝트가 한창일 때 몸집을 키웠다가 게임을 런칭하고 나면 계약이 만료된 사원들을 내보냅니다. 즉 계약직이었던 저희는 일은 일대로 쳐내면서 동시에 이직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던거죠. 똥줄이 탔습니다. 저와 입사 동기인 친구가 다른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고, 그 오퍼레터를 SMS와의 협상 자리에 가져왔습니다. "나 정규직 전환 안시켜주면 이 회사 갈거야"하고 말이죠. 그러자 SMS는 "응, 잘가!"하고 그를 내보냈습니다. 내심 정규직으로 회사에 남고 싶었던 친구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저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 날 리스폰의 리쿠루터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회사랑 면접보지 않을래? 이건 너에게 큰 기회가 될거야" 아주 콧대가 높은 태도였죠. 저에겐 마침 얼마 전에 리스폰의 높은 자리로 옮겨간 지인이 있었습니다. SMS에서 협업을 하며 친해진 옆 팀 팀장이었죠. 평소에도 커리어나 회사 밖 일들에 대해 자주 조언을 구하던 저의 멘토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리쿠르터의 이름을 대며 "이런 사람에게 연락이 왔는데 내가 뭘 어째야할까?"하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나한테 하루만 줘"였고, 저는 열심히 일하며 하루를 기다렸습니다. 그 후 리쿠르터는 "ㅇㅇ에게 네 이야기를 들었어. 제발 우리 회사에 와줄 수 없을까?"하고 납짝 엎드리며 태도를 바꿨습니다. 이 대화 직후에 드라마틱한 일이 하나 더 있었지만 지면상 뒷이야기는 궁금해서 연락을 주신분들께 풀어드리는걸로 마무리 할게요. 결과적으로 저는 이직에 성공했고, 리스폰에서 3년째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업계 선배들이 입이 닳도록 말하던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실감했던 경험이었어요. 업계는 작고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을 알더랍니다. 믿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가 되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 대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커리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싶나요?
게임 업계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다면 게임을 더 많이 해봤을 것 같아요. 다양한 플랫폼, 다양한 장르, 인디 게임부터 AAA까지 최대한 많이요. TRPG도 해봤으면 좋았겠네요. 영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한국에 출간되지 않은 SF소설이나 판타지 소설도 더 접했다면 지금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이 질문을 3년 전에만 받았어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드리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한치 앞이 안보입니다. 작년부터 테크 업계에 불어닥친 정리해고의 바람이 엔터 업계에도 여전히 불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링크드인 프로필에 "open to work" 마크를 단 사람들이 늘어나요. AI가 아티스트들을 대신할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중단됩니다. 우리는 격동의 시간 속에 살고 있고 이 혼란스러운 시간이 지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감이 안와요. 유연해지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만약에 준비하던 일이 원하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해도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큰 흐름 탓일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고 크게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필요하다면 아예 방향을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않다고 봅니다. 지치지않으시면 좋겠고, 지친다면 한숨 돌려가며 반박자 쉬어가도 된다는걸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SoCal K-Group 운영진 및 멤버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Socal 덕분에 정말 좋은 인연들을 단기간에 잔뜩 만날 수 있었습니다. 캘리 밖에서 온 사람, 심지어 LA 서쪽에 자리 잡아서 한국 음식 배달도 못 시켜 먹던 저에게 Socal 은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였어요. 미국인들 사이에서 자아를 잃어가던 저에게 모국어로 신나게 떠들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자신감도 회복하고 당당해지면서 한인사회 밖에서도 새로운 친구들을 잔뜩 만들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선순환이 생겨났어요. 앞으로도 천년만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멋진 모임으로 남아주시기 바랍니다. 그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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